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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기사] 저렴함 앞세운 클라우드 컴퓨팅 가상화 시대 연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1/06/2008110601093.html]

[Cover Story]가상 저장공간 활용한 클라우드 컴퓨팅

미국 뉴욕타임스는 작년 야심찬 온라인 서비스 계획을 세웠다. 1851년부터 1980년까지 무려 1100만개 신문기사를 자사 사이트에서 온라인 신문보기(PDF) 형태로 서비스하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신문을 그림 파일로 저장하고 PDF로 변환하려면 서버와 4TB(테라바이트)의 저장장치가 필요했다. 저장장치 구입가격만 수만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의 IT 담당 직원 데렉 갓프리드(Gottfrid)는 문제를 손쉽게 해결했다. 온라인에서 가상 서버와 저장장치를 제공받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는 진짜 서버와 저장장치를 구입하는 대신 온라인에 만들어진 가상 서버와 저장장치로 24시간 만에 작업을 끝냈는데, 가상 서버·저장장치 사용비용은 840달러에 불과했다.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잇달아 클라우드 컴퓨팅에 주목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개별 PC·서버에서 이뤄지던 작업을 온라인 중앙 시스템에 집중시켜 처리 비용을 대폭 줄여주는 기법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Google), IBM, 아마존(Amazon) 등 대표적인 IT(정보기술) 기업들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차세대 핵심 비즈니스로 꼽고 최근 잇달아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왜 각광받나

클라우드 컴퓨팅의 기본적인 개념은 소프트웨어와 자료를 지금처럼 PC나 개별 서버에 저장하는 대신 큰 중앙 컴퓨터 시스템에 통합시켜 놓고 필요할 때 온라인으로 작업하는 것이다. 돈을 쓰는 것에 비유하면 매일 지갑에 돈을 넣고 다니는 대신 큰 은행에 맡겨놓고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식이다.

이 시스템의 장점은 사용자의 IT 작업 비용이 대폭 줄어든다는 점이다. 사용자는 지금처럼 PC, 서버, 소프트웨어를 구입해 설치하는 비싸고 귀찮은 작업을 할 필요가 없다. 대신 저렴한 사용료를 내고 시스템에 접속하기만 하면 가상 서버, 가상 저장공간, 소프트웨어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미국 온라인 기업 아마존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의 경우 사용료가 시간당 또는 기가바이트당 수백원 수준이다. 웬만한 작업은 수십만원 수준에서 끝낼 수 있다. 일반적인 IT 작업을 위한 서버·저장장치 시스템 구축비용이 최소 수백만원 수준인 것과 대조적이다. 기업들로서는 반길 수밖에 없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트 리서치의 제임스 스테이튼(Staten)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클라우드 컴퓨팅이 가격 경쟁력을 통해 특히 중소기업,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크게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왜 이렇게 저렴할까? 간단하게 말하면 그 동안 우리가 사용하는 PC·서버 시스템에 '거품'이 끼어 있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개별 PC나 서버에서 작업을 수행하든, 시스템을 통합해 중앙 시스템에서 작업을 수행하든 총비용은 같아야 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최근 PC나 서버는 처리 능력이 뛰어나, 웬만한 작업들을 CPU(중앙처리장치)의 20~30%만 가동해 처리하고 있다. 거꾸로 말하면 웬만한 PC나 서버들은 70% 이상 놀고 있다는 뜻이다. 이론상으로는 3~5대의 PC·서버가 하는 일을 통합해, 1대의 PC·서버에서 처리할 수 있는 셈이다.

최근 '가상화'라는 시스템 운영기술이 나오면서 이 같은 통합 작업은 현실화되어 가고 있다. 가상화는 1개의 시스템을 여러 가상 시스템으로 나눠 여러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그 결과 중앙 시스템 관리자들은 적은 사용료를 받으면서도 이윤을 남길 수 있게 됐다.

IT업체들, "열리는 시장 잡아라"

세계 IT기업들은 최근 잇달아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원조는 구글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개념 자체가 2006년 구글 직원인 크리스토프 비시글리아가 창안한 것이다. 그는 당시 강력한 회사 컴퓨터가 100%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클라우드 컴퓨팅의 개념을 만들었다.

구글의 대표적인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는 '구글 앱스'다. 온라인에서 사용자가 일정관리·이메일·사무용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사용자가 저장한 데이터는 구글이 알아서 저장한다.

아마존도 적극적이다. 아마존은 2006년 온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상 저장장치(S3)와 가상서버(EC2) 서비스를 선보였다. 뉴욕타임스의 PDF 서비스도 아마존의 서비스를 활용한 것이다. IBM 역시 사용자들에게 온라인 회의, 연락처·문서 공유 기능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블루하우스'를 최근 선보였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까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MS는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개발자 회의(PDC)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을 위한 운영체제 '윈도 애저'를 발표했다. 윈도 애저는 사용자의 데이터나 프로그램을 MS의 중앙 시스템에 저장하고 관리해주는 게 특징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인기가 급격히 늘면서, 일부에서는 우려도 일고 있다. 무엇보다 사용자들이 모든 자료를 특정 업체의 중앙 시스템에 저장할 경우, 사생활 침해나 보안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 시스템 업체의 사정에 따라 작업처리가 지연되거나 중요한 사용자 자료가 손실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저렴함과 편리함 때문에 IT업계가 수년 후에는 클라우드 컴퓨팅 '바람'에 휩싸일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DC는 최근 보고서에서 2012년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이 4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프랭크 젠스(Gens) IDC 수석 부사장은 "클라우드 컴퓨팅은 고비를 넘기고 넓게 퍼지는 과정에 있으며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경비 절감이 가능한 클라우드 컴퓨팅은 더욱 수요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재 기자 whitesj@chosun.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