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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기사] '얄밉도록 영리한' 애플의 아이팟 마케팅 전략

출처 : [지디넷코리아]

애플은 자사를 상징하는 ‘아이팟’ MP3플레이어 제품군에 대해 ‘고장나기 전엔 고치지 말라’ 는 격언을 실천하고 있는 듯 하다.

지난 9일(현지시간) 아이팟 신제품을 소개하는 행사는 이같은 애플의 방식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대목인 추수 감사절 연휴를 노리고 9가지 다양한 색상으로 이뤄진 ‘아이팟나노’와 가격을 내린 ‘아이팟터치’ 신제품을 선보였지만 눈에 띌 만한 큰 변화는 없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MP3 플레이어 최강 자리를 유지하면서 관심을 끌기 위한 작고도 점진적인 변화를 가미했다는 게 적절한 표현이지 싶다.

이에 대대적인 변화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다소 실망했을 수 있다. 특히 월가는 시큰둥하다 못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를 반영하듯 아이팟 신제품 발표 당시, 제자리 걸음이던 애플 주가는 잡스 CEO의 프레젠테이션이 끝나자 오히려 3% 가량 떨어졌다.

◇사진설명: 새로워진(?) '아이팟나노'.

그러나 애플의 행보를 눈여겨봐왔다면 이번 발표 시나리오는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다.

애플은 지난 3~4년에 걸쳐 시선을 끌어모으는 특별행사를 통해 ‘마케팅 교과서’에 실릴 법한 모범적인 홍보활동을 해왔다. 이중 시장을 틀어쥔 MP3플레이어에 대해서는 위험을 감수하는 파격적인 카드보다는 기존의 성공방정식을 다듬는 데 비중을 뒀다.

MP3P에서 만큼은 인텔이나 MS처럼 ‘절대강자’로 통하는 만큼, 굳히 위험을 모험을 감행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이팟은 이미 ‘구형 제품’이 된 지 오래다. 미국 조사기관 NPD 조사결과에 따르면 아이팟이 처음 나오고 7년이 지난 현재 휴대용 디지털 음악재생기를 갖고자하는 미국인 중 73% 이상이 아이팟을 선택한다.

애플은 이제 ‘아이팟나노’로 세상을 놀라게 한 지난 2005년처럼 업계 지배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만큼 ‘막강화력’을 보유하고 있다.

9일 행사에서 잭 존슨이 ‘아이튠즈’ 사상 가장 많이 곡이 팔린 남자가수라는 약간은 뜻밖의 소식 외에 별다른 뉴스가 없었다고 해도 이를 실패로 규정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 씨넷의 아이팟 전문가 도널드 벨은 신형 ‘아이팟나노’의 색상 추가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고 적어도 미국에서는 월가외에는 커다란 실망의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새로운 ‘아이팟나노’ 디자인은 2005년 모델만큼 새로운 맛은 없지만 길고 얇은 디자인으로 복귀함으로써 지난해 선보인 ‘살찐 나노’보다는 호평을 받은게 사실이다. 아이폰의 가속도 센서도 추가돼 동영상 감상도 보다 편리해졌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사진설명: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9일(현지시간) '아이팟터치'를 소개하고 있다.

나온지 1년된 ‘아이팟터치’ 역시 급진적인 변화는 없었다. 그럼에도 ‘나이카+아이팟’ 소프트웨어 추가, 얇아진 디자인, 가격 인하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유지했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표는 새로운 아이팟보다는 소프트웨어 ‘OS X 아이폰 2.0’ 업데이트일 것이다. 이를 통해 ‘아이팟터치’ 및 아이폰 이용자는 통화 중단, 애플리케이션 오류, 짧은 배터리 수명과 같은 버그를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트레이드 마크인 선풍적인 행사 없이 앞으로도 애플이 계속 인기를 얻을 것인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맥’이나 아이폰 시장에서 애플은 아직 규모가 크지 않다.

그러나 애플 입장에서 아이팟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마케팅이 필요치 않아 보인다. 특히 애플은 작을수록 좋은 휴대용 디지털기기분야에서 다른 기업이 갖지 못한 ‘남다른 디자인 감각’이 있다.

물론 애플은 소비자들을 환기시키고 스스로 계속적인 발전을 하기 위해 1년에 3~4회 정도 작은 변경을 가미한 신제품을 내놓는 것을 잊지 않는다. 시장을 이끌어나가는데 필요한 영리함은 잃지 않은 것이다.

결국 이런 것이다.

디지털 음악을 듣는 미국인 4명 중 3명이 아이팟을 갖고 있고 모든 전파에서 자사 광고를 쏠 수 있으며 경쟁사들이 도전하지 못할 만한 위치에 올라선 애플 입장에선 MP3플레이어 부문에서 굳이 매회 홈런을 칠 필요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