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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관련

[기사] 뚝·뚝·뚝 … 반 토막 내 펀드 어떻게 할까



[중앙일보 김선하] 회사원 홍민기(36)씨는 요즘 밤에도 잠이 잘 안 온다. 펀드 때문이다. 지난해 가입한 국내 주식형 펀드와 중국·브릭스·남미 펀드가 줄줄이 손해를 보고 있다. 원금 3000만원 가운데 벌써 700만원 넘게 날아갔다. 직장 동료 중에도 홍씨처럼 속앓이를 하는 사람이 많다.

전문가들은 이제 원금 회복에 집착하기보다 손실 폭을 줄이는 데 신경 써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만약 주가가 50% 빠졌다면 오를 때는 100%가 뛰어야 본전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이수진 연구원은 “세계 증시가 회복세로 돌아서더라도 지난해 주가가 가장 높았을 때 투자한 사람이 원금을 찾으려면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머잖아 돈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주가가 오를 때마다 조금씩 환매하는 게 낫다는 뜻이다.

환매할 때도 기술이 필요하다. 주식 비중이 50%가 넘는 국내 주식·주식혼합형 펀드는 오후 3시 이전에 환매를 신청하면 그날 종가로 찾을 돈의 액수가 결정된다. 이 시간이 넘어가면 다음날 주가가 반영된다. 17일처럼 코스피지수가 많이 오른 날 환매할 맘을 먹었다면 오후 3시 이전에 하는 게 좋다. 주식 비중이 50%가 안 되는 채권혼합형 펀드는 어차피 다음날 종가가 반영되기 때문에 큰 상관이 없다. 돈은 환매 신청 후 4~5일째 되는 날 나온다. 토·일요일과 공휴일은 빼고 센다.

해외 주식형은 대부분 며칠 뒤 주가까지 반영된다. 요즘처럼 세계 증시가 하루 반짝 올랐다가 다시 고꾸라지는 일이 많을 때는 당일 주가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된 뒤 환매하는 게 낫다.

장기 투자할 적립식 가입자는 계속 돈을 넣는 게 좋다. 증시가 계속 곤두박질할 때 이런 결정을 내리긴 쉽지 않다. 하지만 주가가 반등할 때 수익을 내려면 두려워도 참아야 한다. 한국투자증권 양은희 펀드 애널리스트는 “주가가 떨어졌을 때도 계속 적립하면 원금은 못 찾더라도 최소한 손해라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 개의 펀드에 가입한 사람은 투자 지역이 중복됐는지부터 따져 봐야 한다. 회사원 홍씨처럼 중국·브릭스·남미 펀드에 가입한 사람은 중국·브라질에 각각 두 번씩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나라 증시가 최근 세계 평균보다 훨씬 더 하락했기 때문에 당연히 손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브릭스 펀드와 중국·남미 펀드 중 한쪽은 정리하는 편이 좋다.

세금도 잘 따져 봐야 한다.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는데 웬 세금이냐고 생각했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 펀드의 주식 거래 부분은 차익이 생겨도 비과세지만 배당금과 채권 이자, 환 차익은 세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는 손해라도 이 부분에서 수익이 났다면 세금을 내야 한다. 금융소득이 연 4000만원 언저리에 있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 있는 사람은 특히 신경 써야 한다. 과세 대상인지 확인하려면 은행·증권사 등 펀드를 판 곳에 물어보면 된다.  

김선하 기자